어깨를 조금 넘기는 레이어드 컷 뒷머리는 반묶음을 해도 사방팔방 자유롭게 뻗쳐있다. 그뿐인가, 탈색을 밥 먹듯이 하면서도 밝은 갈색의 자연 모가 신경 쓰일 만큼 자란 건 나 몰라라 하고 있다. 귀는 작살낼 기세로 피어싱이 가득하고, 치렁치렁한 목걸이나 팔찌를 매일 교체하며 착용한다. 품이 큰 겉옷은 제대로 입긴커녕 두 팔만 대충 걸친 상태인 탓에 걸을 때마다 주르륵 흘러내릴 것 같은 게 보는 사람이 더 불편하다.
화려한 인상과 더불어 내려갈 줄 모르는 입꼬리, 자유분방한 차림새는 단정함과 거리가 멀어 그를 예술인으로 오인하게 만든다.
성격
[ 분위기 메이커 ] [ 느긋한 ] [ 한다면 한다 ]
밝고, 낯가림도 없고, 싹싹하다. 주변 사람이 평화를 묘사할 때 가장 많이 쓰는 단어들이다. 살면서 인간관계에 큰 문제가 있을 것 같지도 않고, 인생 최대 고민이라곤 오늘 저녁 메뉴가 전부일 것 같은 이 해맑고 생각 없어 보이는 얼굴 뒤 평화의 성격엔 큰 반전이 없었다. 초, 중, 고 학생기록부에는 항상 빠짐없이 ‘반 분위기를 잘 이끌어냄.’ 이라는, 한 마디로 ‘이 학생은 분위기 메이커입니다,’ 라는 평가가 적혀있다. 어른들이 싫어할 법한 치렁치렁하고 정신 사나운 외관임에도 분위기를 잘 띄우고 밝고 싹싹한 성격 덕에 나이대가 꽤 있는 어른들, 특히 아르바이트 고용주들이 꽤 예뻐라 한다.
그의 성격을 서술하는데 두 번째로 언급되는 단어는 바로 ‘천하태평’이다. 아르바이트를 3개나 하고 있으면서도 삶이 참 느긋하다. 할 일이 쌓여도 조급한 기색 하나 없어 되레 보는 사람 피를 말리기도 한다. 할 수 있으면 하고, 말면 말지. 그의 신조이다.
그러나 참 신기하게도, 보통 이런 여유로운 한량 같은 이는 쉽게 포기하는 경향이 있기도 마련인데 평화의 경우 또 그렇지만도 않다. 정말, 무조건, 어떻게든, 기필코, 꼭 해야겠다는 목표가 생기면 잠시 사라졌다 나타나서 기어코 성공한 결과물을 내놓는다.
왜, 제 자식을 이렇게 설명하는 부모가 있지 않은가. “우리 애가 안 해서 그렇지 막상 하면 또 잘해요.” 기가 막히게도 평화가 딱 이 유형이다. 마음먹은 건 뭐든 끝을 보고야 만다. 내키는 것만 해서 그렇지…
기타
01. 9월 21일 생
02. 태생 및 가족관계
6인 가족. 부모님, 위로 형만 셋이다. 첫째 형과 12살, 쌍둥이 형들(둘째, 셋째) 과 8살 터울이다. 모두 대한민국 출생. 나이 차가 꽤 나는 형들에게 예쁨과 보호를 받을 법도 하건만… 실상은 남자 형제 사이에 그런 낯간지러운 일은 없댄다. 평화가 어릴 때 형들은 어린 막내를 골리는 게 취미 아닌 취미였다. 심부름시키면서 필요한 돈에서 딱 100원만 덜 주기, 숨바꼭질하자면서 동생이 숨으면 안 찾고 나가버리기, 높은 곳에 올려주고 안 내려주기 등등… 놀이라기엔 참 거칠고 못난 짓들이다. 평화가 어느 정도 컸을 땐 동생을 데리고 레슬링 놀이를 하다 평화 팔이 빠진 후로는 조금 사리는 눈치.
이걸 지켜본 부모님이 말리진 않았냐 한다면… 평화는 웃으며 ‘다 그렇게 크는 거라던데?’ 라 답한다. 일방적으로 괴롭힘 당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형들이 이놈 커서 뭐가 되려고.. 생각하는지 막내에게 용돈도 주고, 부모님과 통화도 굉장히 자주 한다. 참 단란한 가족이다. … 잔소리만 빼면!
03. 호국 방문
8년 전 평화는 혼자 호연파크에 놀러왔던 적이 있었고, 당시 평화의 호국 첫 방문이었다.
호국에 발령받아 근무하는 친척이 어린 조카에게 놀러오라고 호국으로 초대했는데 결론적으론 CODE88에 휘말리고 말았다. 그 이후 평화를 제외한 가족들에게 트라우마 아닌 트라우마가 되어 한동안 가족들은 여행은 커녕 호국 쪽으론 잠도 안 잤다고. 정작 당사자는 기억에도 없는 일에 뭐하러 붙들려 있어야 하나, 싶은지 뜬구름같은 일화로 치부했다. 잃어버린 기억에 대한 찜찜함도, 답답함도, 의문도 없다. 병원에서 몸도 정신도 이상 없다는데 뭘. 이런 것보단 형들이 레슬링 놀이라면서 헤드락 건 기억이 더 괴롭고 끔찍하다.
04. 호연대학교 - 자유전공학부
CODE88 사건 이후 독립의 꿈이 생겼다. 청소년기 때 한 번쯤 가족의 품을 떠나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꿈은 누구나 상상하곤 하지만, 평화는 단순한 일탈같은 꿈이 아닌 강한 열망에 가까웠다. 그래서 무작정 가족들에게 저녁식사 자리에서 독립하고 싶다는 폭탄 발언을 던지고야 만다. 아니, 이 어린 애가 어떻게 벌써부터 가족의 품을 떠날 생각을 해! 온 가족이 뒤집어지고, 강렬한 반대로 이 대화는 어영부영 끝났다. 평화는 몰랐지만 5명이서 막내에게 무슨 일이 있는게 아닌지 가족회의까지 했다고 한다.
청소년이 벌써부터 독립을 꿈꾼다니 말도 안 되지. 가족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평화는 혼자서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본인조차 이유를 모르나 가족과 멀리 떨어져 독립적인 공간을 보장받길 바랐기에 한국을 떠나 타국 대학교, 콕찝어 호연대학교를 목표로 삼았는데, 평화에겐 호국, 특히 호연에 가야한다는 목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중학생땐 뒤에서 등수를 세는게 더 빨랐지만 고등학교 진학 후 오로지 호연대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이 한량같은 막내아들은 어떻게든 성적을 올렸고, 안정적인 성적권에 입성하고야 만다. 그러나 대학이라는 탈을 뒤집어 쓴 독립의 목표만 있을 뿐 장래희망도, 진로도 딱히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어 자유전공학부로 원서를 넣었다. 가족의 품을 떠나 사고를 당한 호국의 호연대학교에 원서를 넣겠다고 미리 상의라도 했으면 가족들이 반대했겠지만, 합격통지서가 우편함에 꽂힌 시점은 이미 늦어도 한참 늦었다. 부모님은 평화의 독기에 두손들고 항복해 호연대학교 입학을 허락했다.
05. 휴학과 아르바이트
2학년 2학기 종강 후 휴학계를 신청해 현재 휴학중이다. 휴학을 했기 때문에 자연히 기숙사를 나와 월세가 싼 자취방을 구해 가족에게 후 통보를 했다고 한다. (부모님은 물론이고 형들에게 돌아가며 엄청나게 혼났다.)
호연대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카페 아르바이트를 시작해 한 곳에서 쭉 근무하다가 휴학 후 아동 미술학원 보조강사 아르바이트와 이자카야 홀서빙까지 병행하기 시작했다. 때문에 일주일 내내 하루종일 아르바이트만 하고 있다. 유복하진 않지만 부족하지도 않은 가정형편에, 용돈도 넉넉히 받는 편인데 왜 아르바이트를 세개나 하는지 의문을 가지는 사람이 종종 있다. 평화는 “미래의 독립자금이야!” 라는 너무 간단하면서도 허무맹랑한 답을 돌려줬다. 그러나 가족과 사이도 좋으면서 왜 독립하냐는 질문에는 시원한 답이 나오지 않는다.
그러게, 왜 혼자 살고 싶어했더라? 꼭 그래야했던 이유가 있었는데…
06. 축제위원회
휴학생이지만 축제 준비를 위해 학교로 돌아왔다. 이게 어떻게 가능하나 싶지만 의외로 참 간단하다.
첫째, 평화는 외향적인 성격과 더불어 자유전공학부인 덕에 학부 가리지 않고 아는 학우가 정말 많다. 교정을 거닐다보면 지나가는 10명 중 7명을 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둘째, 그 7명 중 한 명이 자기 대신 축제위원회 대타를 뛰어달라는 부탁을 했다. …소정의 사례비와 함께!
셋째, 마침 기가막힌 타이밍으로 축제기간 동안 보조강사로 근무하던 학원의 방학이 시작됐고, 이자카야는 사장님 개인 사정으로, 카페는 인테리어 내부공사로 각 한달간 휴업하게 됐다. 덕분에 시간적 여유가 생겼고, 한편으론 그동안 독립자금을 마련할 수 없어 막막하던 참이었다.
07. 그 외
7-1. 탈색, 염색을 자주 해 툭 하면 머리 색이 바뀐다. 거쳐온 머리 색으로 컬러파레트를 만들 수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안 그래도 눈에 띄는 탈색모도 모자라 목걸이, 반지, 귀걸이, 팔찌, 심지어 발찌까지도 장신구 종류 가리지 않고 치렁치렁 하고 다니니 눈에 안 띌래야 안 띌 수가 없다. 오죽하면 평화를 찾을 때 ‘자유전공학부에 화려한 애’ 라고 서술하면 한 방에 찾을 수 있으니 말 다했다.
7-2. 폐소공포증이 있어 어둡고 좁고 조용한 밀실을 싫어한다. 잠을 잘 때도 보조등을 키고 살아 기숙사 룸메이트가 불만을 왕왕 토로했었다고. 정도가 아주 심한 건 아니나 혼자일 땐 3~4층 정도는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으로 다니는 등 상황을 피할 수 있다면 마다하지 않는다. 어릴 적 겁없는 친구들을 따라 낡은 창고를 탐방하러 갔다가 혼자 갇힌 경험이 공포증으로 도지게 됐다. (따돌림이 아닌 정말 우연의 사고였다.) 어릴 땐 증상이 꽤 심했는데, 이상하게도 CODE88 사건 후 오히려 괜찮아졌다. 왜지?
7-3. 노래를 끔찍하게 못한다. 음치, 박치, 몸치. 뭣 하나 빠지지 않고 최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취미는 친구들과 노래방가기. 노래 못 부르는 사람이 노래방 가지 말란 법은 없잖아!